오래전부터 어떤 혜성이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을 흘려보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도 생명을 흘려보낼 수 있기를, 물방울이 대기를 적시고 땅을 이루기를 기대하였다.
지구로 가는 여정은 멀고 또 꽤나 고독하지만 지구를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긴 꼬리는 힘을 잃지 않고 빛을 내며 지구로 향해 나아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변화와 빠르게 달려오는 운석 충돌 등, 지구는 종말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이 별을 잃고 싶지 않다는 소망쯤은 간절하게 빌어도 괜찮지 않을까? 간절히 기도하자 어둠 사이로 잠시 빛이 스쳤다.
지구와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한 소녀의 기도를 듣게 되었다. 이윽고 자신이 지구에 도달하는 순간 지구는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여정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지만, 해답을 단정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니 찾아야만 했다.
지구에 생존 중인 존재는 너무나도 많고, 자신은 그 가치를 마음껏 재단할 만큼 대범하지도 않으니 일단 계획을 세워야 했다. 궤도를 이탈할 순 없으니 조금만 수정하기로 마음먹었고 지구에 도달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조각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기대에 한껏 부풀었던 첫 목적과는 다르지만 이 여정은 처음부터 포기와 기대를 아우르고 있었으니까, 계획은 어디까지나 실천을 위해 수정해 나가야 하는 거니까
선택은 어김없이 믿음과 의심 사이에 놓여있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후회로 남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이따금 꼬리가 흐릿해지고 파편이 바스러질 때마다 가장 처음을 떠올리곤 했다. 이제 와 궤도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고, 여전히 비행은 중력을 따라갈 뿐이다. 감내하는 쪽을 선택한 이상 겪게 될 과정인 줄 알지만 어딘가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불가피한 대멸종의 기원이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오직 나 혼자 했을 것 같지 않았다. 비슷한 고민들은 수억 년을 스쳐가며 지구의 유구한 역사 속 푸른 수면을 지켜왔을 것이다. 소녀의 빛나는 두 눈에 반짝이던 사랑의 꿈은 누구라도 지구의 꿈을 사랑하게끔 했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준비할 시간이다.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이 어느새 가까이 보인다. 우리의 이야기는 기억에서 잊힐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달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순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알고 있다. 자, 나만의 비행을 계속하자 저 너머의 소녀와 다신 만날 수 없다 해도, 우리의 기도는 하나의 달에 닿아 함께 할테니까
끝을 앞둔 두려움은 어쩔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이별의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고 염원하는게 전부였지만, 소녀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조금도 고독하지 않았다. 이별은 끝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과 이어져있다.
칠흑 같은 허공이 나를 이끌었고, 거부할 수 없이 낯선 궤도에 놓인 것뿐 그러니 완전한 흑을 이룬 블랙홀을 마주하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운명이다. 여정의 결말이 나의 꿈으로 완성되길 바랐으나 불현듯 다른 선택을 하였고 그렇지만 모든 과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기도를 전한 그 소녀라면 이 모든 기적을 해독해주리라 믿는다.
그래도 끝은 끝이니까.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의 한 조각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비처럼 내리는 유성우 속엔 여러 모양의 조각들이 팽개쳐진 듯이 흩어져 있었다. 그 속을 해치며 스스로 버리려 했던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끌어안았다. 혜성이 만들어준 이 고요함과 평화는 나의 또 다른 시작이자 구원이었다.
수 없는 고민과 불안 그리고 자조적인 내면을 마주했던 것은 어쩌면 당신을 만나러 가기 위한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듯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등 뒤로 두고 앞으로 한 발, 당신의 한 발과 발맞춰봅니다. 지금껏 그랬듯 당신도, 나도 이 여정의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언젠가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늘 곁에 있겠습니다.
이 앨범의 이야기 끝에,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 빛을 내길 바라며, 서로의 빛을 끊임없이 발견해 주길 바라며, 이젠 혼자 울지 않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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